좋은 감정이 오래가지 않는 이유
'다시 처음처럼 낭만적으로 사랑하기'를 몇 주 실행하면 커플은 다시 강한 결속을 느낀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애당초 두 사람을 상담실로 오게 만들었던 그 문제가 또 고개를 든다. 기분 좋은 상호작용이 늘면서 서로를 다시 '나를 온전하게 해 줄 이상적인 배우자'로 간주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번 씁쓸한 사실을 확인한다. 내가 배우자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하필 그 배우자가 가장 잘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기애도, 우정도 답이 아니었다
자기애(Self-Love)로 그 결핍을 스스로 채우려는 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기였을 때 고통과 기쁨은 늘 외부에서 들어왔고, 오래된 뇌는 그 수동적인 세계관에 얼어붙어 있다. 구원은 '내부'의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돌보아짐을 통해 얻는 결과다.
그렇다면 그 사랑이 꼭 배우자여야 할까. 애정표현이 없는 엄마에게서 자란 메리는 모성애가 강한 친구 수잔의 품에서 위안을 얻었지만 치유되지는 않았다. "수잔은 내가 포옹하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가 찾는 사랑은 무의식이 부모와 혼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마고 짝(Imago Match)에게서 와야 한다. 다른 사람과의 포옹은 인공감미료와 같아서, 미각은 속아도 몸은 영양가를 얻지 못한다.
치유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변해야 한다
그러나 배우자는 하필 부모와 똑같은 부정적 특성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나를 치유하는가.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우리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변해야만 한다.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그것이 배우자가 해 주기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바로 그 부분이 배우자가 반드시 성장해야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배우자의 치유를 위해서 기꺼이 노력하다 보면, 나 자신의 반드시 치유되어야 할 그 핵심적인 부분 또한 동시에 회복이 된다. — 제10장
만성적인 불평이 곧 교육과정이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는 어떻게 잡아낼까. 부부는 비난은 잘하지만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재주는 없다. 그래서 서로를 어떻게 비난하는지를 들여다본다. "당신은 절대로 ∼한 적이 없잖아" 같은 불평의 핵심에는 애정·지지·보호·독립·따뜻함에 대한 애원이 숨어 있다. 그것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꾼 목록이 곧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 작업해 나갈 교육과정이다.
행동수정요청(BCR) — 비난을 요청으로
이 대화는 좌절과 그 밑의 감정, 어린 시절의 기억과 두려움을 확인하고, 상대가 그것을 반영·인정·공감한 뒤, 막연한 소망을 작은 행동으로 쪼갠다. 요청은 계약이 아니라 선물이며, 받는 사람은 난이도를 스스로 매기고 할지 말지를 자유롭게 선택한다. 그 자유가 있기에 저항이 풀린다.
- Specific(구체적) — 무엇을 어떻게 할지가 분명할 것.
- Measurable(측정 가능) — 했는지 안 했는지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
- Achievable(실행 가능) — 바로 행동으로 옮길 크기일 것.
- Relevant(연관성) — 어린 시절의 미해결과제와 이어져 있을 것.
- Time-limited(기간 한정) — 부담이 아니라 실험이 되도록.
상대를 치유하며 내가 자란다
멜라니가 가장 원한 것은 스튜어트가 혼자 쓰는 침실을 포기하는 일이었고, 그것은 그가 가장 꺼리는 일이었다. 한 달간 시험 삼아 함께 자기로 한 그는 첫 주엔 덫에 걸린 느낌이었으나 셋째 주엔 꽤 괜찮아졌고, 몇 달 뒤에는 "이제 혼자 있으면 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애정 따위는 필요 없다고 여기며 적응해 온 그가, 마지못해 아내의 필요에 응하다 자기 자신의 감추어진 욕구를 발견한 것이다.
대부분의 커플은 같은 필요를 지니되 한쪽만 그것을 표현한다. 부인하던 쪽이 저항을 넘어 상대의 욕구를 채워 줄 때, 요청한 사람은 어린 시절의 필요를 해결하고 변화한 사람은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는다. 오래된 뇌는 그 행동이 밖을 향한 것인지 안을 향한 것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배우자를 더 사랑할수록 오래된 뇌는 그것을 우리 자신을 위한 일로 이해한다.
물론 저항은 따라온다. 모든 소망 밑에는 그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는 내면의 목소리는 일부러 싸움을 걸어 바라던 사랑에서 스스로 멀어지게 만든다. 넘어서는 길은 반복뿐이다.
이 대화가 일상이 되면 관계는 힘겨루기를 지나 변혁의 단계로 나아간다. 그때의 사랑은 그리스어 아가페(Agape)다. 생명의 힘인 에로스가 방향을 배우자에게로 돌려 자기를 초월할 때, 과거의 고통은 지워지고 두 사람은 본래의 온전함을 함께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