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눈으로 보기
파트너에게도 그 사람만의 관점이 있고 그것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머리로는 인정해도 감정으로는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는 내가 세상을 가장 정확히 보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하고, 파트너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그가 뭘 모르거나 왜곡된 시각을 가졌다고 여긴다.
아내를 늘 "그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가로막던 진에게, 하빌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함께 듣게 했다. 진에게는 바다가, 주디에게는 폭풍 구름이 떠올랐다. 이번엔 상대의 관점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으며 다시 들어 보라고 하자 두 사람 모두 처음엔 듣지 못한 것을 들었다. 두 관점은 각각 타당하고, 현실은 각자가 아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감추어진 지식의 원천 — 비난을 정보로 바꾸기
파트너의 다른 관점을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나의 지식의 원천으로 볼 수 있게 되면 일상의 세세한 부분이 다 정보의 광산이 된다. 숨겨진 정보가 드러나는 최적의 순간은 뜻밖에도 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바로 그때다.
비난을 들을 때 우리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그것이 대체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 제8장
- 나에 대한 파트너의 비난에는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다.
- 내가 반복해 내뱉는 비난은 대개 나 자신의 충족되지 못한 필요를 위장한 발언이다.
- 그 비난의 일부는 나의 거부된 자아를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 또 일부는 나의 잃어버린 자아를 확인하도록 돕는다.
계획성이 없다고 남편을 나무라는 아내는, 그 아래에 "왜 날 돌보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야?"라는 어린아이의 울부짖음을 감추고 있을 수 있다. 혹은 자신도 다른 방식으로 계획적이지 못하거나, 반대로 좀 더 즉흥적이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예수의 말처럼, 형제의 눈에 있는 티끌보다 내 눈의 들보를 먼저 걷어 내는 일이다.
의사소통의 두 장벽 — 각자의 사전, 그리고 부인
첫 번째 장벽은 의미론이다. 자란 가정이 다르므로 우리는 저마다 자기만의 어휘 목록을 지닌다. 한 가족에게 "테니스를 치자"는 낡은 라켓으로 공원에서 공을 주고받자는 뜻이고, 다른 가족에게는 실내 코트를 예약해 승부를 가리자는 뜻이다. 마크의 잘못을 굳이 찾자면 아내와 똑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고 믿은 것뿐이다.
두 번째 장벽은 부인(Denial)이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결혼 전부터 거듭 말해 온 아내에게 조셉은 "농담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우리는 환상을 지키려고 파트너를 비난하고 가르치고 위협하고 무시하고 분석한다. 이것은 이미 파트너의 어린 시절에 양육자가 했던 일이며, 우리는 그 상처 위에 다시 부스럼을 내고 있다.
이마고대화법 — 초점 맞추기, 분화, 연결
헬렌과 함께 만들어 낸 이마고대화법(Imago Dialogue)은 세 가지를 이룬다. 파트너가 한 말이 아니라 내 마음속 반응을 듣던 습관을 멈추게 하고, 나와 전혀 다른 내면세계를 사는 사람과 살고 있음을 자각하는 분화(Differentiation)로 이끌며, 갈등 중에도 깊은 감정적 연결을 만든다.
- 반영하기(Mirroring) — 들은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 확인한 뒤 "좀 더 이야기해 줘요."로 이어 간다.
- 인정하기(Validation) — 상대의 말에 내재된 논리를 알아준다. 동의하거나 내 의견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 공감하기(Empathy) — 말 뒤의 감정을 상상해 확인한다. 같은 경험을 하지 않고도 이해하는 능력이다.
듣는 사람만의 몫은 아니다. 말하는 사람의 책임도 있다. 나를 주어로 말하고, 성격이 아니라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듣는 사람이 감당할 만큼 감정의 강도를 조절한다.
이마고 정밀작업과 부모-자녀 대화법
이마고 정밀작업(Imago Workup)은 회상을 통해 양육자의 긍정적·부정적 특성과 내가 받지 못한 것을 떠올려 적고, 그것을 이마고대화법으로 나누는 작업이다. 여기서 얻은 정보가 곧 나의 이마고를 이룬다. 듣는 사람에게 허용되는 말은 반영뿐이며, 해석도 비교도 하지 않는다.
마야 콜먼이 더한 부모-자녀 대화법에서는 한쪽이 양육자를, 다른 한쪽이 어린아이를 맡는다. "나와 사는 게 어떠니", "무엇이 가장 상처가 되었니", "무엇을 받고 싶었니"를 묻고 따뜻하게 반영한 뒤 역할을 바꾼다. 받아 주는 사람은 위니컷이 말한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된다. 실제 부모의 반응과 너무 달라서 바로 그 새로운 경험을 통해 오래된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한다. 커플이 서로의 치유자가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