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뇌의 목표를 새로운 뇌의 방법으로
제1부가 밝힌 것은 커플 문제의 주원인이 오래된 뇌라는 사실이다. 부모를 닮은 사람을 고르게 한 것도, 투사와 전이의 원천도, 좌절할 때마다 유아기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오래된 뇌다. 그러나 근원적인 동기 자체는 우리의 행복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오래된 뇌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해 우리를 더 온전한 존재로 이끌려 한다.
문제는 오래된 뇌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모른다는 것이다. 눈먼 동물이 샘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다. 새로운 뇌만이 나의 파트너는 나의 부모가 아니고 오늘은 어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두 뇌를 잇는 작업동맹을 세울 때 힘겨루기의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와플이 탄 아침 — 방어무기를 내려놓기
아침식사 중에 파트너가 와플이 탔다며 시비를 건다. 오래된 뇌는 즉시 맞서 싸우든지 도망치든지 하라고 부추기고, 그 자동반사에 맡기면 다정한 아침은 깨진다. 바로 여기가 새로운 뇌의 자리다. 파트너의 말을 중립적인 어조로 되돌려 주고 그가 화났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한 뒤, 방어적이지 않은 태도로 대안을 제안한다.
이 일에 익숙해지면 중요한 발견에 이른다. 방어무기를 내려놓았을 때가 실제로는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때 파트너가 나를 동지로 느끼기 때문이다.
의식이 깨어 있는 파트너십
의식이 깨어 있는 파트너십이란 두 사람 모두를 최대한 성장하게 해 주는 관계다. 온전해지려는 무의식의 충동을 알아차릴 만큼 깨어 있으면서, 그 방향과 의식적으로 협력해 새롭게 만들어 가는 관계다.
- 숨겨진 의도의 인식 — 사랑에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숨은 목적이 있다.
- 파트너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 — 구원자가 아니라 상처받은 한 인간으로 본다.
- 내 욕구를 전달할 책임 — 분명한 의사소통 경로를 스스로 만든다.
-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상호작용 — 감정적 대응 대신 건설적 태도를 단련한다.
- 파트너의 욕구를 소중히 여김 — 에너지를 상대의 필요 쪽으로 돌린다.
- 내 어두운 면 끌어안기 — 나의 부정적 특성을 책임져 투사를 줄인다.
- 새로운 기술 배우기 — 비난을 그만둘 때 파트너가 나의 자원이 된다.
- 나 자신에 대한 탐색 — 온전함은 내 안에 감추어진 특성을 키울 때 회복된다.
- 본성적인 욕구의 자각 — 사랑하고 일체감을 느끼는 능력은 본래 내 것이었다.
- 어려움의 수용 — 좋은 관계는 내가 훌륭한 파트너가 되는 데 달렸다.
열 번째가 특히 중요하다. 변화하고 성장하겠다는 자발적인 노력이 없다면 나머지 아홉 가지도 결실을 맺지 못한다.
외면화라는 함정
우리는 우유는 마시고 싶지만 소를 키우는 수고는 하고 싶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어 한다. 초인적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는 싶지만 그 사람의 욕구를 채워 줄 책임까지 지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좌절의 원인과 해결책을 밖에서 찾는다. 심리학은 이것을 외면화(Externalization)라 부른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을, 너무나도 더디게 이해한다. — 제6장
이는 감상적인 차원의 말이 아니다. 제1부에서 본 자기 파괴적인 전술과 신념을 내던지고, 사랑과 파트너와 나 자신에 대한 관념 전부를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 길목을 가로막는 것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정해진 일상을 깨는 것이면 무엇이든 오래된 뇌에는 경종이 울린다. 5년을 인공 유리관에서 살았던 한 소년은 관이 열리던 날 구석에 웅크린 채 나오려 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밖을 탐험하려는 욕구보다 강했던 것이다. 상담실을 찾는 커플들은 제한적인 관계 속에서 10년, 20년, 때로는 4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약속의 땅
400년을 이집트의 노예로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은 "당신들은 노예가 아닙니다"라는 모세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들의 속박을 깨달았고, 그러자 오히려 불안해졌다. 홍해 앞에서도 사막에서도 그들은 번번이 모세를 원망하며 이집트를 그리워했다.
-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은 채 살아간다 — 잠에 취한 사람처럼 틀에 박힌 관계를 반복하며 그 불행을 파트너 탓으로 돌린다.
- 우리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의 포로다 — 다만 커플들의 적은 내부에 있다. 의식으로 올라오겠다고 위협하는 거부된 자아다.
- 우리는 희생 없이 보상만 바란다 — 결혼하는 것만으로 모든 고통이 치유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약속의 땅을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기회로 볼 수 있었을 때에야 그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 우리도 사랑의 관계를 나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도구로 바라볼 때 비로소 무의식의 열망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