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 Four Prefaces
네 편의 서문 · 사랑을 다시 배우기까지
한 사람의 이혼에서 시작된 물음이, 부부 두 사람의 대화법으로, 다시 연결과 안전의 철학으로 자라 온 30년.
1988초판 서문
문제의 발견, 그리고 이마고의 탄생
하빌 헨드릭스 · 이 책이 세상에 처음 나온 해
'상자'가 되어 버린 결혼
현대인은 결혼을 하나의 상자처럼 여긴다. 짝을 고르고, 상자 안으로 들어가, 상대를 뜯어본다. 맘에 들면 머물고, 아니면 밖으로 나와 다른 짝을 찾는다. 그래서 불행한 결혼의 가장 흔한 해결책은 이혼(전체 부부의 50% 이상)이 된다.
그러나 이 해법은 값이 비싸다. 자녀·재산·꿈을 나눠야 하는 뼈아픔, 또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상자 안에 남겨진 자녀의 상처가 뒤따른다. 많은 이들은 결국 상자 안에 머문 채 실망을 참고, 그 공허를 음식·술·일·TV·환상으로 메우며 산다.
더 희망적인, 그리고 더 정확한 관점
결혼은 두 사람 사이에 멈춰 있는 정지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매력과 황홀 → 험난한 길 → 어려운 '자기발견' → 평생의 동반자로 이어지는, 아주 심리적이고 영적인 여정이다. 그 잠재력을 실현하느냐는 '더 완벽한 짝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자기 안에 숨겨진, 자신조차 모르는 부분을 얼마나 알고 받아들이려 하느냐 — 곧 나의 자발성과 노력에 달려 있다.
한 상담사의 실패에서 시작된 연구
개인상담을 선호하던 그는 부부 앞에서는 무력했다. 1967년 자신의 결혼에 문제가 드러났고, 8년간 씨름한 끝에 1975년 이혼했다. 이혼 법정에서 그는 남편으로도, 심리치료사로도 실패했다는 이중의 패배감을 맛본다. 근본 원인을 밝히겠다는 절박함으로 부부치료 연구에 몰두했지만, 기존 문헌은 개인과 가족의 심리만 다룰 뿐 남녀관계를 설명하지 못했다.
이마고관계치료의 개발
그는 여러 사상을 절충해 새로운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했다. 심층심리학·행동과학·서양의 영적 전통을 바탕으로 교류분석·게슈탈트·가족체계이론·인지행동치료의 요소를 더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이혼율이 낮아지고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함께 머무르기(Staying Together)' 워크숍과 1981년 전문가 훈련과정으로 이어져, 이때까지 약 3만 명이 그의 연구를 접했다.
이 책의 목적과 구성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사랑 관계의 심리에 대해 배운 것을 나누는 것, 그리고 그 관계를 평생 지속되는 사랑·동반자 관계로 변혁하도록 돕는 것. 한마디로, 부부가 서로에게 가장 열정적인 친구가 되도록 돕는 책이다.
- 제1부 — 무의식적인 결혼 : 끌림, 로맨틱한 사랑, 힘겨루기로 이어지는 거의 불가피한 과정. 어린 시절의 숨은 욕구가 갈등으로 되살아난다.
- 제2부 — 의식이 깨어 있는 결혼 : 어린 시절 채워지지 못한 필요를 긍정적으로 다시 채워, 대립·비난 대신 지지·성장·공감으로 전환하는 길.
- 제3부 — 10주 실습 과정 : 단계별 연습을 부부가 직접 실행하는 커플관계치료 프로그램.
"결혼이란 ⋯ 아주 어려운 '자기발견'이라는 과정을 거친 후에, 마침내 친밀하고도 즐거운 평생의 동반자로서의 동맹적인 관계를 만들어 내게 되는, 아주 심리적이고 영적인 여정이다."
— 1988년 초판 서문
2001개정판 서문
치료사에게서 부부 자신에게로
하빌 헨드릭스 · 헬렌 라켈리 헌트 · 뉴저지, 2001년 4월
13년 뒤, 달라진 현실에서
초판이 첫 결혼의 실패에서 나왔다면, 이번 서문은 전혀 다른 자리에서 쓰인다. 헬렌과 재혼해 19년을 함께한 하빌은, 이 책의 생각들에 의지해 열정적인 관계를 이루었다고 고백한다. "사랑하며 사는 관계가, 긴장되고 소원한 관계보다 훨씬 더 쉽다."
헬렌의 역할을 드러내다
헬렌은 첫 데이트 때부터 그의 일에 깊이 관여했다. 1977년 첫 만남에서 그의 절반쯤 완성된 생각을 듣고 곧바로 마틴 부버의 '나–너' 관계와 도스토예프스키를 떠올렸다. "그때도 지금도, 헬렌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하빌은 이 책의 모든 아이디어가 두 사람 부부관계의 도가니, 혹독한 시련 한가운데서 만들어졌다고 밝히며, 그래서 개정판 서문을 헬렌과 함께 써 이마고 공동 창조자로서의 그녀 역할을 드러낸다.
책과 공동체의 여정
대중서로 쓸지 학술서로 쓸지, 실습을 넣을지 논쟁하던 원고는 작가 조 로빈슨의 손에서 정리됐다. 1988년 출간되자 〈오프라 윈프리 쇼〉가 특종으로 다뤘고, NYT 베스트셀러에 여러 번 올랐다. 150만 부 이상 팔렸고 30개 언어로 번역됐다. 이마고 공동체도 13개국 약 1,500명의 치료사, 연 150명 인도자·400개 워크숍으로 번창했다. 저자들은 스스로를 자전거 배우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처럼 '목격자'로 느낀다고 적는다.
핵심 통찰 — 관계가 곧 중심이 된다
두 사람은 각자 '내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환상을 내려놓아야 한다. 둘 다 자기 중심됨을 내려놓을 때, 예상치 못한 것이 떠오른다. 관계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부부는 관계의 무의식적 목적(Unconscious Purpose)에 충돌하지 않고 그 목표에 맞춰 협력하게 된다. 친밀한 사랑의 관계란, 어린 시절 미처 풀지 못한 과제들을 함께 끝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부부치료사의 입지를 흔들다
이마고치료는 '치료사가 곧 치료의 원천'이라는 통념에 도전한다. 여기서 치료사는 촉진자(Facilitator) — 자연분만을 곁에서 능숙하게 돕는 산파에 가깝다. 치료의 중심이 '내담자–치료사' 관계에서 '부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로 옮겨 간다. 전이(Transference) 또한 치료사가 아니라 파트너 사이에서 일어나며, 이마고는 이를 치유의 원천으로 활용한다.
개정판이 바꾼 것
- 이 관계역동이 성적 선호와 무관하게 모든 친밀한 파트너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 — 다만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 제7장 '탈출구 닫기'를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과정'으로 명확히 함.
- 제9장 '반영하기 연습'을 '이마고대화법'으로 확장 — 초판 이후 발견한 인정하기·공감하기 단계를 더함.
"우리는 관계 속에서 태어났고, 관계로 인해 상처받았으며, 그리고 관계를 통해서 치유될 수 있다. 실제로 관계를 떠나서는 온전히 치유될 수가 없다."
— 2001년 개정판 서문
200820주년판 서문
모든 것의 열쇠, '연결'
하빌 헨드릭스 · 헬렌 라켈리 헌트 · 뉴저지, 2007년 7월
한 학생의 질문에서 시작되다
1975년의 어느 화요일 아침, 이혼 최종 소견서를 제출하고 20분 늦게 들어선 강의실에서 한 학생이 물었다.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그토록 힘든가요?" 그는 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네. 그래서 남은 생애를 다 바쳐 그 이유를 밝혀내려 하네." 2년 뒤 헬렌을 만나 시작된 그 대화는 3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에서 고친 것
- 더 포용적인 언어 — 여성의 권위와 동성 커플의 변화를 반영해 '파트너'·'커플'을 번갈아 사용(당시 미혼 가정 550만, 1990년 대비 +72%, 여덟 가구 중 하나는 동성커플).
- 헬렌의 핵심 역할을 더 분명히 밝힘.
- 11장 전면 교체 — '분노 담아두기 훈련'은 많이 할수록 일상에서 도리어 더 화를 내게 된다는 역효과가 밝혀져, '성스러운 공간 만들기'로 바꿈. 부정성을 제거하는 것이 사랑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네 개의 새로운 연습을 추가.
연결 —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
프로이트의 물음("여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모든 인간이 갈망하는 것은 결국 하나 — 연결(Connection)이라고 말한다. 억압된 자기 자신, 타인, 그리고 우주와 연결되기를 원한다. 부버를 빌리면 "각 사람은 충만한 '나(I)'가 되기 위해 '너(Thou)'를 필요로 한다." 평생의 일은 부버의 '나–너'에서 그 하이픈(-)을 만들어 주는 것 — 친밀히 연결되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거리를 지키는 관계다. 연결은 우주의 속성이며, 분리는 환상에 불과하다.
끊어진 연결, 그리고 두 개의 상처
부부가 상담을 찾는 것은 '분리되어 있다'는 환상 때문이다. '나–너'를 이루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어린 시절에 연결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해서다. 생후 18개월의 애착단계에 아이는 '잘 맞춰 주는 부모(attuned parent)' — 신체적으로 곁에 있고 정서적으로 따뜻하며 모든 감정을 비추어 주는 부모 — 를 필요로 한다.
그러지 못할 때 남는 두 상처가 소홀함(neglect)과 침범(intrusion)이다. 대개 한 부모는 침범하고 다른 부모는 소홀히 대해, 아이는 둘 다 겪는다. 저자 부부는 이 '끊어진 연결'을 인간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그 회복을 치유의 원천으로 본다. 불행한 부부의 진단명은 단 하나 — '관계에서 연결이 단절됨' — 이고, 치료의 목표도 하나, 두 사람이 연결됨을 느끼도록 돕는 것이다. 과거의 끊어진 연결을 현재의 관계에서 고칠 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도 함께 치유되고 관계는 신성한 공간이 된다.
안전을 만드는 실습들
안전은 연결의 첫 번째 전제다. 이마고의 모든 훈련은 부정성을 없애고 안전과 상호존중을 키우도록 설계됐다. '다시 사랑에 빠지기'는 처음처럼 다정한 관심과 선물을 주고받게 하고, '행동수정요청(BCR)'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어린 시절의 욕구를 다시 채워 안전감을 심는다. '안아 주기'는 배우자와 부모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려, 파트너의 품 안에서 옛 상처를 치유하게 한다.
이마고대화법의 세 단계
- 반영하기(Mirroring) — 상대의 말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되비추고, 내가 바르게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채널을 '나'에서 '너'로 돌리는 일.
- 인정하기(Validation) —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논리가 그 나름 타당함을 확증한다. "당신은 미치지 않았어요."
- 공감하기(Empathy) — 그 말 뒤에 놓인 감정까지 함께 느낀다.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더없이 가까워지는 자리.
머리로 아는 분리된 지식과 몸으로 겪는 연결된 지식은 다르다(사과를 아는 것과 맛보는 것의 차이). '안아 주기'는 연결된 지식을 주어, 치유를 뼛속 깊이 사무치는 경험으로 만든다. 헬렌은 부부가 가르친 것을 정작 자신들의 삶엔 통합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스스로 이마고대화를 실천하며 두 사람은 비로소 더 깊이 연결됐다.
✦ 의식이 깨어 있는 동반자 관계 · 다섯 문장
- '당신의 배우자는 당신이 아니다'라는 현실을 받아들여라.
- 배우자의 다른, 분리된 현실과 잠재력을 지지하고 옹호하라.
- 모든 부정성을 제거해,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성스러운 공간으로 만들라.
- 배우자의 경계선을 최대한 존중하라.
- 이마고대화법이 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계속 실천하라.
"옳고 그름의 관념들을 모두 뛰어넘은 바로 거기에, 그곳이 있다. 나는 거기에서 너를 만날 것이다."
— 루미(Rumi), 20주년판 서문에서 인용
201930주년판 서문
헬렌의 복권, 그리고 '안전'의 재발견
하빌 헨드릭스 · 헬렌 라켈리 헌트 · 전면 개정 최신판
표지에 나란히 선 두 이름
이전 판들의 저자는 하빌 한 사람이었다. 2008년부터 헬렌이 서문의 공동 집필자로 표지에 등장했고, 이번 30주년판에서 마침내 그 일이 완성된다 — 헬렌을 이마고관계치료의 공동 개발자로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왜 이제서야? 1988년엔 헬렌이 스스로 이름을 넣지 않기로 했다. 하빌을 부각할 좋은 기회였고, 새 재혼 가정과 친정 사업으로 바빴으며, 무대 뒤에서 힘이 되는 것이 기뻤기 때문이다. 이후 육아서부터는 공동 저자로 명기됐지만, '이마고에 대한 헬렌의 독창적 공헌'을 어떻게 다룰지를 두고 두 사람은 오래 갈등했다.
두 사람의 상호 보완
헬렌은 우뇌 지배형 — 감정과 감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미묘한 자질을 직감하며 연결점을 본다(창조적 원천). 하빌은 좌뇌 우위형 — 관찰과 논리로 부분을 모아 전체를 구성한다(건축가이자 하청업자). 이 상보성이 10권의 책과, 전 세계 이마고치료사·교육자, 국제 협회, '관계–중심' 사회운동을 낳았다.
시대와 함께 온 각성
헬렌을 그늘에 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두 번째 자리에 두는 세계사적·무의식적 편견의 한 예였고, 두 사람 역시 거기 연루돼 있었다. 헬렌은 페미니스트 출판사에서 『그리고 영혼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를 펴내 역사에서 누락된 여성들을 복권했다. 영화 〈히든 피겨스〉와도 통하는 이 시대정신 속에서, 헬렌을 공동 저자로 가시화하는 일은 여성 평등 회복이라는 세계사적 과정에 함께 동참하는 일이 되었다.
부부를 힘들게 하는 것 — 경쟁하는 문화
이론은 계속 발전했다. 저자들은 부부의 만성적인 관계적 불평등과, '최고가 되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경쟁적 문화 가치 체계를 관찰했다. 서로를 통제하려는 필요와 맞물리면 관계는 독이 된다(이혼 50%, 이혼하지 않는 부부의 75%가 불행). "외부가 내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 이마고로의 전환
전통적 치료는 각자의 내면(감정·생각·기억)을 파고들며, 통찰이 관계를 낫게 하리라 가정했다. 그러나 성공률은 25%에 그쳤다. 그래서 이마고는 초점을 '바깥(Outside)'과 '두 사람 사이(Between)'로 옮겼다(부버의 통찰을 헬렌이 전했다). 느낌·생각·기억이 아니라 상호작용적 행동을 바꿀 때 연결이 회복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what)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대화하느냐 — 이것이 이마고대화다.
그 시작은 1977년 신혼 시절, 깊은 갈등 중 헬렌이 외친 한마디였다. "그만해요! 이제부터 한 사람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은 듣기만 해요!" 두 사람은 소리치기를 멈추고 대화하기 시작했고, 헬렌의 이 아이디어는 오늘날 전 세계 이마고치료의 핵심 도구가 되었다.
협상할 수 없는 것 — 안전
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서로의 차이에 반대하고, 무의식적으로 경쟁하며 '내가 옳은 사람'이 되려 하기 때문이다. 평등을 위한 싸움은 도리어 불평등의 표시이고, 불평등은 불안을, 불안은 방어를 키운다. 그래서 저자들은 안전(Safety)은 필수 불가결하며 협상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이마고대화의 3단계가 바로 그 안전을 만든다.
- 차이를 넘어 양극화 없이 대화하기 — 뇌를 통합하고 과민 반응을 줄인다.
- 모든 부정성을 제거하겠다고 서로에게 약속하기.
- 매일 온갖 칭찬을 상대에게 쏟아붓기(Flooding).
다시 켜지는 색조등
안전이 형성되고 유지되면 내면이 바뀐다. 불안이 가라앉고 방어가 느슨해지며, 인식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돌아서고, 웃음과 놀이가 되살아난다. 양육자들이 '불을 끄기' 전, 모든 것이 살아 진동하고 연결되어 있던 그 상태 — '온전히 살아 있고 즐겁게 연결됨(Fully Alive and Joyfully Connecting)', 그 '사이의 공간(the Space Between)'으로 우리는 다시 돌아온다.
"정당하고 거리낌 없는 인정을 받게 된 헬렌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나의 가슴엔 기쁨이 넘쳤다."
— 2019년 30주년판 서문